2010년 3월 11일 목요일

김예슬, 인생을 책임지는 젊은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임과 동시에 또 내자신 남은 인생을 설계해야 할 단계에 있다.

세상살이가 피곤하긴 하지만 희망을 놓칠 수 없는 이유는 세상 사람들이 주는 감동과 격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한 젊은이가 나에게 용기를 준다.

 

이 시대의 왜곡된 현실에 당당히 맞서고 미래를 자부심있게 준비하는 멋진 젊은이를 기억하고자 이글을 보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우리들의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나는 25년간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채찍질 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서서 이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다시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가 되었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큰 배움없는 '大學 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그러나 동시에 내 작은 탓을 묻는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겐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고 행동한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탐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두고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볼 일이다."

 

고대 경영학부 3학년 김예슬.

2010년 3월 5일 금요일

봄비

봄비

 

어제, 오늘 봄을 재촉하는 달콤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심어야 할 작물 걱정부터, 부모님들 건강과 성장하는 아이들 문제가 떠오릅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는 유난히 喪家 방문횟수가 늘어납니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새 생명이 움트면 어른분들이 세상을 떠나십니다.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입장에선 정말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습니다.

 

장례식장에 걸린 영정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집니다.

환하게 웃고 계신 사진속에 어버이들은 민족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전쟁을 격고 가난과 싸우며 자식들을 키워낸 영웅들입니다.

어떤 역사책도 이분들을 기억하지 않지만 자손들에게 피와 살로 삶은 이어져 내려갈 것입니다. 봄비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하지만 다른 생의 마감을 알리는 弔鐘이기도 합니다. 순환하는 생명의 교차시점에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을 생각해봅니다.

 

떨어지는 봄비가 立春大吉의 희망이 되길 기대해봅니다.